1. 10.

눈 속 탐조, 사진과 소유

1
3월 치고는 많은 눈이 내려 겨울이 쌓였다.
가로수엔 눈꽃이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어낸다.

이런 때에 새들은 어떻게 지내는가.
궁금했다. 발을 옮기면 될 일이다.

탐조코스는 차도와 멀지도 않고 다니는 사람이 조금 적은 곳이다.
겨우 그런 공간이란 사실이, 그것만으로 신비는 만들어졌다.

아무도 걷지 않았다.
마치 아이스크림을 깔아놓은 것 같았다.
걸음은 포근했다.

거기에 있던 것은 몇 미터 직경의 눈의 결정이었다.
눈꽃은 없었다. 나무였을 그것들은 그렇게 되어 있었다.
내 옆과 위에 거대한 조형물이 놓여있고 눈의 가지는 터널을 만든다.

숲의 깊숙한 안에서
눈의 나라가 미처 침범하지 못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쇠박새와 진박새는 정말 가늘게 울며 나무 가지를 뜯고 있었으며
직박구리는 가지 안쪽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3월의 눈은 어느때보다 아름답게 쌓이고는 꿈처럼 사라진다.
그래서 현재마저 아스라하다.
탐조코스는 동화의 공간이란 생각을 했다.

2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사진을 찍지 않으리라는 고집은 정말 멍청한 일이라는 걸 느끼는 게 이런 순간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어버리면 그 순간은 그 공간은 나의 것이 되어버린다.
그 세계를 거기에 그대로 둘 수가 없게 된다.

그 세계를 사진이 아니라 마음에 담으면, 그 세계는 나의 마음을 가져간다.
다시 펼쳐질 그 세계에서 나의 마음이 기다릴 것이며
세계가 다시 열릴 때, 다시 나를 부를 것이다.

그러나 사진을 찍고 그 세계를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면
내가 느낀 감동과 내가 본 풍경만이 남는다.
남는 건 결국 그 세계 그대로가 아닌 나 자신일 뿐이다.
아직 사진을 소유가 아닌 의미로 사용하기엔 내 내공이 부족하다.

'생명 기록 > 탐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3. 31.  (0) 2020.07.13
2010. 3. 20.  (0) 2020.07.13
2010. 3. 3.  (0) 2020.07.13
2010. 1. 27.  (0) 2020.07.13
2010. 1. 21.  (0) 2020.07.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