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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고 오른 세상 꼭대기…‘지붕 위 그 소’는 어떻게 됐을까

[토요판] 커버스토리90310 소의 경로 기후위기가 부른 역대 최장기 장마전국서 1213마리의 소가 죽고 실종 전남 구례서만 572마리 최다 피해 지난해 5월25일 태어난 소 90310월령 15개월에 만난 섬진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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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분 만에 90310은 세척까지 마친 ‘지육’(머리·다리 분리 뒤 세로 2등분)이 됐다. 배 속에 품고 있던 새끼는 폐기(식품위생법 규정) 처분됐다.

90310은 죽지 않기 위해 지붕에 올랐지만 죽은 뒤엔 육중한 살을 갖지 못한 탓에 불판이나 식판에도 오르지 못했다. “고기의 질이 낮아 구이용으로 팔 수 없고 급식용으로 보낼 수도 없어 서민들이 값싸게 먹는 시장의 국밥용 고기로 포장”됐다.

90310은 전남 구례에서 태어나, 경남 김해에서 도축되고, 경북 구미에서 포장돼, 영남 전역으로 판매됐다. 지붕에서 마트까지 90310이 밟은 거리는 400여㎞였다. 그를 먹는 세계에선 보이지 않는 경로였다.

기사는 "먹히는 존재의 눈으로 봐야 보이는 세계가 있었다."고 말한다.
아니. 먹히는 존재라서가 아니다. 학대 당하는 존재라서다. 그는 동물(=생명)로 취급받지 못했다. 제품으로 취급당했던 거다.
그러니 좀 더 정확히는 "쇠고기의 눈으로 봐야 보이는 세계"다. 사람을 인육으로 취급하는 것과 다른 것이 아니다. 그의 삶, 이동, 죽음 어디에도 기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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