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꿀을 먹지 않는다.
그렇다고 꿀을 먹지 않으면 비건이니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설탕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플랜테이션 농업을 통한 원 서식처 파괴, 소동물의 대학살, 오염, 그리고 인간 동물에 대한 착취의 규모까지..
언뜻 생각하기에 꿀보다 설탕이 오히려 더 큰 동물의 착취와 파괴의 시스템에 얽혀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직접 벌의 노동 착취를 하는 것은 괜찮지 않은데 농약으로 대학살 하는 것은 어떻게 비건이니 괜찮은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설탕을 끊었으면 모를까.. 굳이 꿀을 먹지는 않는다.
설탕의 동물착취를 정상성으로 두는 것을 경계하는 건 또 감당해야 할 것이고,
그렇다도 굳이 벌의 노동을 착취하고 그들의 집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반성을 함께 하지 않을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꿀을 먹지 않는 것이 설탕의 동물 착취에 더 민감해지는 일과 무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 연결될 수도 있다.

오늘 비건 음식을 준비해 주셨다고 하여 갔는데 꿀이 들어가서 먹지를 않았다.
그런데 다른 참가자가 나에게, 채식은 자기가 선택하는 거라면서 애써 준비해 준 것을 안먹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눈치를 줬다.
아니, 그는 무언가 먹지 않는 다는 걸 도덕적 우월주의 같은 것으로 생각했을까? 먹지 않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애써 준비해 준 것을 거절해야 하니, 이미 힘든 것에 더해져 그만큼이 더 마음 아프게 되는 거다. 정상화된 부정의에 따르지 않아 사회적인 박탈도 경험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에 더해 설탕과 동물착취에 대해서도 설명드렸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꿀 안 먹는 거 이상하게 생각하게 될 수는 있다. 말 잘하셨다. 꿀 뿐만 아니라 설탕 먹는 것도 이상한 거다. 우리는 존재로서 그렇게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렇기에 동물 해방은, 존재인 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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