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굴뚝새
음악과 연극. 그것은 얼마나 마음을 뒤흔드는가!
예술은 지극한 쾌락이다.
가슴 속에서부터 뜨겁고 말초가 떨리며 눈물이 흐르는 그 순간들.
그 감정. 그 감동. 절망과 기쁨. 우울과 환락.
그순간 만큼은 충실하다.
그러나 경계해야한다.
그것들은 삶의 일부, 곧 감정이다.
현대의 삶이 무미건조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감정 속에 진짜 삶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감정에 휘둘린다면 자아를 잃는다.
자연에서 느끼는 감동은 어떤가.
가끔씩은 마음이 떨릴 정도의 설레는 순간도, 눈시울을 붉힐 만큼의 뜨거운 순간도 있다.
그러나 대개는 그보다 고요하다.
그러다보니 감정의 치우침만 따져보고 그 순간들이 예술의 그것보다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의 감동은 그 대상이 감정이 아닌 생명 자체이다.
또한 필연적으로 침묵을 수반하며, 그 속에서 세상과 나를 만나게 해준다.
감정을 풍성히 하는 동시에 또한 나를 깊이있게 한다.
그것은 자아를 찾는 과정이며, 단련의 과정이기도 하고, 또한 세상을 품에 안는 순간이기도 하다.
예술은 좋다. 사람을 풍성하게 해준다.
그러나 기반이 없이는 불안정한 역삼각형과 같은 상태가 된다.
자연 속을 걷고 묵상하는 것은 사람을 깊이 있게 해준다.
풍성한 감성에는 그것을 담을 충분한 마음의 깊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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