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살장 옆 개울에는 씻긴 피가 흘러들어간다.
이 땅은 피맺힌 땅, 갈대는 비명을 먹고 자란다.
사이의 존재들은 피로 맺은 열매를 먹고, 피의 물을 마신다.
오히려 그 피를 흘린 우리는 같은 물을 먹지 않는다.
새들은 죽음을 마시고 날개로 육화해 사이에서 날아온다.
그들의 얼굴은 같은 물을 먹지 않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보이지 않는 방음벽의 보이지 않는 죽음은 땅으로 썩어든다.
직박구리의 주검은 다시 잎으로, 다시 벌레로.
죽음의 벽 안에서 직박구리는 둥지를 틀고 그 벌레를 먹는다.
눈앞의 생은 있으나 그 삶아감보다 죽어감의 속도가 더 빠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생은 언제든 죽을 도상 사이다.
그 생의 얼굴을 마주함은 두려움이다. 감히 연민 이전의 경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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