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으로 찾아가보았다.
돌아가면 안전한 것인가? 신기한 뉴스로 소비하고 난 다음에는, 마치 도로에 등장한 것이 비정상적인 일이라는 인식만 강화되고 끝이다. 사실 그건 감금이 정상이란 인식이 더 강화되는 일일 뿐이다.

타조는 50년을 넘게 산다.
그러나 1살에 데려온 둘 중 하나는 작년 3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비인간 동물에게는 이런 경우를 두고 폐사라고 부른다.

그곳은 서울 북쪽에 사는 나도 대중교통으로 1시간 20분 좀 더 걸리는 가까운 장소였다.
오늘 탈출했던 이는 다시 잡혀 들어와 감금되고 전시되고 있었다.
비루한 죽음 뒤에 폐기물로 버려질 날이 기다리고 있다.
대단치 않아서 괜찮은 학대와 죽음이 나의 주변을 구성한다.

그곳엔 다른 이들도 감금되어 있었다. 먹이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곤충의 경우는 나비는 아직이고 사슴벌레는 만져볼 수 있다고 한다.
여름엔 미꾸라지 잡기도 하려고 하나보다.


그렇게 피해자의 피해는, 손님의 가해 체험이든 농장주의 돈벌이든 가해자의 이득이 된다.
그리고 그 이득으로 더 많은 피해자를 들여온다.
그렇게 한 명 죽임당했고, 남은 한 명 다시 잡혀 들어온 것이다.

사설 농장은 기업과는 또 달랐다.
가해자라 하지만, 그 선택을 하게 한 자본주의, 한국의 책임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안락사와 보상이 아니라면, 더 이상의 전시는 끝내고 생추어리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여기는 축산의 강간, 감금, 학살과 토건 개발의 대멸종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문제가 농장주를 악마화해서 끝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불법화하는 게 끝이 아니다. 이런 고민을 해보았다. 개농장이 어떻게 개 생추어리가 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싸워야 하는 건 정말 그렇게 거대한 문제다. 이 사회 자체다.

나는 그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왔고, 너무나도 무력했다.
세상이 바뀐다는 게 단지 가해자들의 세상이 좀 더 나아진다는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가려진 진실을 살아가는 세상, 그 공동체가 생기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말, 무겁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기도도 좋고, 무엇도 좋다. 우리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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