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참사현장 비질을 다녀왔다.
추모와 함께 단지를 돌아본다. 내 몸과 분리된 이곳을 걸으며 몸을 연결한다.
뜨거운 날씨, 열린 문으로 보이는 얼굴은 대부분 이주민들이다. 그리고 그곳엔 선풍기 한대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제도도 바뀌고, 처별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그 다음엔? 국민의 몸과 상관없는 이곳은 어떻게 되는가?
양극화 속에 점점 더 가난해지는 곳에서 한국으로 넘어오거나, 더 많은 규제로 양극화의 채산성이 안맞으면 더 쉽게 착취할 수 있는 해외 공단을 세울 것이다.
그렇게 분리될 수 있는 내 몸은 동물이 아님을 깨닫는다. 빼앗음에 저항하는 길에 제도권 싸움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제도권 싸움, 국민의 운동이 빼앗음에 저항하는 것 자체가 되지는 않는다.
이 뜨거운 고립된 땅에서, 내 삶이 밟고 있는 삶들을 다시 깨닫는다. 정의로워서가 아니다. 빼앗음으로 구성된 이 비동물의 몸을, 온 인생으로 바꿔갈 일이다.
위에서 애도하지 않겠다.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나의 빼앗음, 그 가해와 함께, 고립의 몸으로 애도해 나가겠다. 모두가 죽고있다. 지금-여기 죽음의 행진을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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